2025년 07월 12일

폴의 작은 카나리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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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그날 방으로 돌아온 엄마는 폴이 이불에 폭 싸여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폴, 어디 아프니?” 엄마는 급히 폴에게 다가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어요.


폴은 눈을 뜨며 그날 폭풍우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리고 씨익 웃었어요. “저 아픈 거 아니에요, 엄마! 강풍에 창문 틈으로 뭐가 날아왔는지 좀 보세요. 우리 방 안에까지 들어왔어요.” 


엄마는 폴이 이불을 펼치는 것을 지켜보았어요. 폴은 그날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고, 엄마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작은 새에게 미소를 지었어요. “이 새에게 펫이라는 이름을 붙여 줄래요.” 폴이 엄마에게 말했어요. “너무 예쁘죠?”


비록 한쪽 날개를 다쳐 몸이 처져 있었지만, 작은 새 펫은 엄마가 보기에도 참 예쁜 새였어요. 살펴보니 새의 작은 두 발가락도 없었어요. 펫은 엄마를 보며 짹짹거렸어요. 몸이 따뜻해지고 물기가 마르니 펫도 기분이 좋았나 봐요. 폴과 엄마가 펫의 이야기를 하는 동안, 펫은 노란 깃털을 세우며 조심스럽게 털을 정리했지요. 


“펫이 배가 고프겠구나.” 엄마가 말했어요. “이웃 중에 작은 새를 키우는 집이 있는데, 펫에게 먹일 씨앗을 좀 구해볼게.” 


곧 엄마는 씨앗을 조금 얻어 오셨어요. 펫이 열심히 모이를 먹기 시작하자 엄마와 폴은 함께 웃었어요. 작은 컵에 물을 담아 주었고, 그건 펫이 마시기에 꼭 알맞은 양이었어요. 


잠잘 시간이 되자, 폴은 두 의자 사이에 조심스레 막대를 올려서 펫이 밤 동안 걸터앉을 수 있게 했어요. 작은 새는 그 위에서 머리를 한쪽 날개 속으로 파묻고 곧 잠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폴은 더 이상 외롭지 않았어요. 하지만 폴은 곧 펫에게 더 많은 씨앗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엄마에게는 씨앗을 살 여윳돈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요. “펫에게 줄 씨앗을 사려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폴은 생각해 보았어요.


그때, 폴은 옆방에 사는 제인이 생각났어요. 제인의 방은 건물에서 툭 튀어나온 구조였고, 제인과 폴은 각자의 창문에서 서로를 볼 수 있었어요. 제인은 다리 저는 소년을 가엾게 생각했어요. 


“안녕, 폴!” 제인은 그렇게 창 너머로 가끔 폴을 부르곤 했어요. 폴은 건너편 창가에 앉아서 무언가를 열심히 손으로 만들고 있던 제인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폴은 제인이 돈을 벌기 위해 무언가를 만들던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마도 제인은 폴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봐 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폴은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고 몸도 굽어 있었지만, 손만큼은 멀쩡했어요. 그의 손가락은 곧고 힘이 있었으며, 오히려 다리가 멀쩡하고 몸을 곧게 펼 수 있는 아이들보다 더 튼튼했어요. 


폴은 몸을 끌어 창가로 다가갔어요. 마침 창밖 건너편에 제인이 보였고, 그 어느 때보다도 반가웠어요. 역시나 제인은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어요.

폴이 부르자 제인은 폴을 보며 미소를 지었어요.


“제인, 뭘 만들고 있어?” 폴이 궁금한 듯 물었어요.


“레이스 장식을 만들고 있어.” 제인이 대답했어요.


“그거 만드는 거 어렵지 않아?”


“아니, 전혀! 생각보다 쉬워. 너도 금방 배울 수 있을 거야.”


“정말? 그걸로 내가 펫에게 줄 모이 살 돈을 벌 수도 있을까?”


“당연하지! 한번 해볼래? 내가 가르쳐 줄게.”


“진짜? 정말 고마워!” 폴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어요.


“그럼, 오늘 저녁에 네 방으로 갈게.” 제인이 약속했어요.


폴은 설레는 마음으로 제인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