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5일

폴의 작은 카나리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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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폴과 엄마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오래된 공동 주택의 한 작은 방에서 살고 있었어요. 아빠가 일찍 돌아가셔서, 폴의 엄마는 방세를 내고 먹을 음식을 사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해야 했어요. 폴은 늘 바쁜 엄마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불편했던 폴은 한 번도 다른 아이들처럼 걸어 본 적이 없었거든요.


비가 내리는 어느 추운 날, 방 안에 있던 폴은 의자에 웅크려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건 옆 건물의 높고 거친 벽뿐이었어요. 건물들 사이에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조차 없었어요. 대신 낡은 상자들과 버려진 쓰레기들이 흩어져 있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더니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기 시작했어요. 빗물이 유리창을 뒤덮으며 바깥 풍경이 완전히 흐려졌고,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폴은 창문 옆쪽 벽을 바라보다가 석고가 떨어져 나간 자리를 발견했어요. 그 밑으로 드러난 낡은 나무판자는 빗물에 흠뻑 젖어 있었고, 창틈으로 물이 스며들고 있었어요.


폴은 왠지 모르게 더 외롭고 절망스러운 기분이 들었어요. 눈물이 차오르더니 이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어요.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야. 나보다 더 무력한 사람이 있을까?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가련하고 지친 엄마가 생각이 난 폴은 재빨리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고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그를 보고 기쁘게 웃어 주시는 엄마의 얼굴을 떠올렸지요. 


바람에 헐거워진 창문이 흔들렸고 옆 방의 블라인드도 흔들렸어요. 폴은 태풍의 광경에 잔뜩 움츠러들었어요. 하지만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한 폴은 흐르던 눈물을 닦으며 몸을 앞으로 쭉 내밀었어요. 바람에 날려와 바깥 창문 끝에서 물방울을 똑똑 떨어트리고 있는 저 작은 존재는 무엇일까요? 그건 조그마한 새처럼 보였어요. 정말 새가 맞네요! 새가 창틀에 꼭 붙어 있는 거예요!


“이런, 불쌍한 작은 새야. 내가 널 구해 줄게!” 폴이 소리쳤어요. 폴은 창문을 열고서 조심스레 손을 뻗었어요. 하지만 아뿔싸! 폴의 팔은 새에게 닿기엔 너무 짧았어요. 게다가 폴은 지지대 없이 창문을 열면 고정되지 않고 그대로 닫혀 버린다는 걸 깜빡했어요. 이제 무거운 창문은 폴의 가느다란 어깨를 지지대 삼아 열려있었어요.


하지만 폴은 창문에 짓눌려 아파도 개의치 않았어요. 오직 작은 새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아픔은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바람이 겁에 질린 새를 마치 집어삼킬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잠시 후 방향을 바꾼 바람은 작은 새를 방 안으로 휙 밀어 넣어주었어요. 폴은 무거운 창문에서 손을 빼내어 작은 새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어요. 새의 몸은 비에 흠뻑 젖어 있었고, 깃털은 엉망이었어요. 폴은 젖은 깃털을 부드럽게 닦아 주며 작은 새를 품에 안았어요. 작은 새는 잠시 동안 그의 손에 누워 힘겹게 숨을 내쉬었어요. 조금씩 새가 기력을 되찾자, 그제야 폴은 자신도 비에 흠뻑 젖어 온몸을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갈아입을 옷이 없었던 폴은 이불을 덮어 몸을 감쌌어요. 작은 새도 품에 꼭 끌어안아 감싸 주었어요.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속에서 작은 새는 눈을 감고 잠이 들었어요. 그것을 바라보던 폴도 어느새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어요.


(계속)